금융위기 때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것을 단순히 돈을 푼다고만 이해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칩니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금융기관들은 서로의 지급능력과 담보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평소 잘 돌아가던 자금 흐름이 갑자기 멈출 수 있습니다.
이때 중앙은행은 적절한 담보를 받고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기관이 자산을 헐값에 급매하지 않고 결제를 이어갈 시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것은 돈인 동시에 시간입니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아무 자산을 담보로 무조건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담보를 인정하는지, 얼마의 헤어컷을 적용하는지, 금리와 기간은 얼마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100조 원을 공급했다’는 숫자보다 때로는 그 조건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이미 발생한 손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