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
진료실에서는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기준을 생명 전체에 펼치면 뜻밖의 오해가 생긴다. 사람과 다른 구조는 덜 발달했거나, 무엇인가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이 연재는 그 익숙한 시선을 잠시 뒤집어 보려는 시도다. 치료법이나 시술을 권하기보다, 다른 생물의 몸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설명의 틀을 살펴보려 한다.
몸에 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할수록 한번 물어볼 질문이 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구조인가, 그 구조에 붙여 놓은 순위인가. “물고기는 두 방, 개구리는 세 방, 사람은 네 방”이라는 말은 기억하기 쉽다. 그런데 그 배열을 발전의 순서로 받아들이면, 정작 각 동물이 살아가는 조건은 그림 밖으로 밀려난다.
방을 세는 대신, 흐름을 따라가면
심장은 혈액을 움직인다. 그러나 혈액이 어느 길로 가고, 그 길에 어느 정도 압력이 필요한지는 몸마다 다르다. 폐의 얇은 교환면을 지나는 혈액과 온몸으로 나가는 혈액에는 서로 다른 압력이 필요할 수 있다. 사람의 좌우 심실 분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구조다. 그렇다고 완전히 나뉜 두 심실만이 압력을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비단뱀에서는 심실 안의 근육성 구획과 판막의 움직임이 혈류를 가르는 데 관여한다. 사람처럼 심실이 완전한 벽으로 둘로 나뉘지 않았는데도 폐순환과 체순환의 압력을 크게 다르게 유지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실제 압력을 측정하고, 움직이는 심장 내부를 관찰해 이를 확인했다.1,2 방의 수만 적은 표에서는 보이지 않던 기능이 흐름을 따라가자 나타난다.
여기서 비단뱀을 새로운 우승자로 세울 필요는 없다. 모든 뱀의 심장이 같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변화는 점수의 역전이 아니라 질문의 교체다. “몇 개나 있는가” 다음에 “그것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날지 않는 동물이 설명을 바꾸다
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새의 폐에는 공기가 들숨과 날숨 동안에도 주요 기체교환 통로에서 한 방향으로 흐르는 특징이 있다. 이 특징을 비행의 높은 산소 요구와 연결하면 설명이 매끄럽다. 그런데 날지 않는 미국악어의 폐에서도 한 방향의 내부 기류가 관찰됐다. 새와 같은 공기주머니가 없는데도 그랬다.3
이 발견 하나로 새와 악어의 호흡이 모두 같아지지는 않는다. 일방향 기류가 생겨난 최초의 이유까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날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라는 간단한 이야기를 다시 검토하게 한다. 오늘의 쓰임새,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처음 생겨난 역사는 서로 연결되지만 같은 질문은 아니다.
사람도 비교표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는 흔히 진화를 최신 제품으로 갈아타는 과정처럼 상상한다. 그러나 후손은 출발할 때부터 물려받은 발생 과정과 몸의 연결을 가지고 있다. 변화는 그 바탕 위에서 일어난다. 어떤 기능에 유리한 특성이 다른 조건에서도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고, 한 부분의 변화가 다른 부분의 부담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므로 “완성형이 아니다”라는 말은 인간의 몸을 실패작으로 부르는 표현이 아니다. 네 방 심장의 장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도 실제다. 다만 그 장점을 모든 환경과 모든 생물에 통용되는 최종 점수로 바꾸지 말자는 뜻이다. 다른 동물들은 인간이 되지 못한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역사를 거쳐 지금 살아 있는 존재다.
이렇게 비교하면 새로움은 희귀한 사실의 개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익숙한 사실들의 관계를 다시 놓는 순간에도 생긴다. 방의 수에서 압력으로, 기관의 모양에서 흐름으로, 현재의 기능에서 그 기능을 알아낸 증거로 시선을 옮길 때, 몸은 외울 목록을 넘어 질문할 대상이 된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같은 생리적 문제에 대한 여러 척추동물의 해법을 나란히 놓으려 한다. 그 끝에 인간을 배치해 승자를 정하지 않겠다. 인간도 그 비교 안에 놓겠다. 첫 질문은 이것이다. 네 방의 심장은 무엇을 잘하게 해 주며, 그 숫자만으로는 무엇을 알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