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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진화 · 같은 문제, 다른 몸 · 02

네 방 심장은 더 좋은 심장인가

악어도 네 방이다. 비단뱀은 완전한 심실 벽 없이도 압력을 가른다. 숫자 뒤의 회로를 읽어 보자.

유아독존 · ChatGPT · 2026년 10월 4일

숫자 뒤에서 사라진 질문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심장 방의 개수를 새로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익숙한 숫자가 이해를 돕다가 어느 순간 이해를 가리는 장면을 함께 보려는 것이다. 두 방보다 세 방, 세 방보다 네 방이 더 완성된 심장이라는 설명은 쉽게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러나 악어도 네 방의 심장을 가진다는 사실을 그 줄에 끼워 넣으면, 정돈돼 보이던 순서가 흔들린다.

그렇다고 모든 심장이 똑같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비교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많은 산소를 계속 공급하는 일, 폐에 지나친 압력을 전달하지 않는 일, 호흡 상태가 바뀔 때 혈류를 조절하는 일은 서로 관련되면서도 다른 과제다. 무엇을 잘하는지 묻지 않고 “더 좋다”고 하면, 평가가 설명을 대신한다.

두 길에는 서로 다른 압력이 필요하다

우리 심장에서 우심실은 혈액을 폐로 보내고, 좌심실은 온몸으로 보낸다. 폐에서 산소를 받은 혈액은 심장으로 돌아와 다시 전신으로 나간다. 두 회로를 따로 밀어 줄 수 있으므로 전신에 필요한 비교적 높은 압력을 유지하면서 폐순환의 압력은 낮게 둘 수 있다. 얇은 교환면을 가진 폐와 온몸의 조직이 요구하는 조건을 한 몸에서 맞추는 셈이다.5

여기서 세어야 할 것이 바뀐다. “방 네 개”보다 중요한 것은 압력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디로 전달되며, 어느 흐름과 분리되는가이다. 방이 나뉘면 어떤 일이 가능한지 설명해야 비로소 개수에 의미가 생긴다. 높은 압력 자체가 목표인 것도 아니다. 혈관과 교환면이 감당할 조건에 맞아야 한다.

장점을 설명할 때는 그 장점이 성립하는 조건도 함께 보아야 한다. 높은 압력의 흐름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을 폐의 섬세한 혈관에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된다. 좋은 순환을 “세게 보내는 것” 하나로 줄일 수 없는 이유다. 압력을 만드는 능력과 적절한 곳에 보내는 능력을 함께 봐야 한다.

완전한 벽이 없어도 나뉘는 흐름

비단뱀은 이 설명에 유용한 반례다. 심실을 완전히 둘로 가르는 벽이 없지만, 심실 내부에는 근육성 구획이 있고 판막도 움직인다. 혈압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폐로 가는 쪽보다 온몸으로 가는 쪽의 압력이 훨씬 높았다. 뒤이은 영상 연구는 수축할 때 내부 구조가 맞닿아 기능적으로 구획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1,2

해부도 한 장은 멈춘 모양을 보여 준다. 하지만 심장은 움직이는 기관이다. 채워질 때와 짜낼 때 내부의 관계가 달라진다. 정지한 그림에서 열린 공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혈액이 매번 무질서하게 섞인다고 생각하면, 실제 작동을 놓친다.

이것은 비단뱀의 심장이 인간의 심장과 같다는 뜻이 아니다. 기능적 분리가 크다고 해서 흐름이 완전히 동일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구조와 움직임의 조합으로 풀 수 있다는 뜻이다. “완전한 벽의 유무”와 “압력이 얼마나 나뉘는가”를 따로 묻는 순간, 한 칸짜리 성적표가 두 개의 질문으로 열린다.

악어의 네 방에는 다른 출구가 있다

악어류에서는 좌우 심실이 완전히 나뉜다. 그럼에도 혈관의 연결 방식 때문에 산소가 적은 혈액의 일부가 폐순환을 거치지 않고 전신 쪽으로 나갈 수 있다. 우심실에서 나오는 좌대동맥이라는 경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회를 우좌션트라고 부른다.3 네 방이라는 같은 숫자가 곧 같은 회로를 뜻하지 않는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면 심장 안의 칸만 칠하고 끝낼 수 없다. 어느 혈관이 어느 심실에서 나오는지, 혈관저항과 압력의 변화가 경로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따라가야 한다. 기관 하나의 이름이나 모양이 알려 주지 못하는 정보를 기관 사이의 연결이 알려 준다.

사람·조류, 비단뱀, 악어류의 심실 벽과 혈류 경로를 나란히 비교하는 표. 완전한 벽이 없는 비단뱀도 큰 압력 차이를 유지하고, 벽이 완전한 악어류도 폐 우회로를 가진다.
심실의 벽, 압력의 분리, 폐를 우회하는 경로는 서로 다른 비교 항목이다. 대표적 특징을 단순화했으며 해부학적 축척 그림이나 성능 순위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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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쓰임새도 검증해야 한다

그러면 악어는 왜 이런 우회로를 가지고 있을까. 여기서는 확인된 구조와 그 구조의 이점에 관한 설명을 나눠야 한다. 2008년 연구는 우회로를 차단한 어린 미국악어에서 위산분비와 뼈의 용해에 영향을 관찰했고, 션트가 소화를 돕는다는 해석을 제시했다.4

하지만 2026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회로를 차단한 수술을 받은 지 7년이 지난 사육 미국악어와 대조군에 설치류 먹이를 주었을 때, 측정한 소화효율과 먹이 통과시간에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3 두 연구는 동물의 연령과 측정 지표 등 조건이 다르므로 같은 실험의 단순한 승패로 읽을 수 없다.

이 결과가 모든 상황에서 우회로는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소화를 위해 있는 길”이라는 하나의 확정된 설명으로 끝내기 어렵게 한다.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 실제로 피가 흐르는 조건, 그 길이 생존과 번식에 주는 이점은 각각 확인해야 한다. 모른다는 말도 이처럼 경계를 정확히 그으면 다음 질문을 만드는 지식이 된다.

우리 몸을 다시 보는 기준

인간의 네 방 심장은 우리의 순환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 구조의 이점을 설명하는 일과 다른 모든 심장을 미완성으로 부르는 일은 별개다. 다른 종의 정상적인 우회로를 보았다고 인간의 심장 질환도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몸 전체의 구성과 작동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처음의 질문을 바꿔 보자. “어느 심장이 더 좋은가” 대신 “어떤 몸에서, 어떤 흐름을, 어떤 압력으로 유지하는가.” 숫자는 그대로인데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우리가 얻은 것은 예외 동물 몇 종의 이름만이 아니다. 몸을 부품의 개수보다 관계와 작동으로 읽는 방법이다.